“프레즌스 유지”에서의 “내감”에 관하여

진중권은 그의 저서 『감각의 역사』에서 ‘내감의 작은 역사’라는 소제목으로, ‘내감’에 대해 상세하게 다뤘는데, 그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업적 중 신의 한수로 손꼽은 감각론 영역에서의 ‘내감’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대화편 『자유로운 선택에 관하여 (De Libero Arbitrio)』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에보디우스가 “오감 모두를 관장하는 어떤 것”이라고 정의한 것을 인정하고 ‘내감’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다. 그 개념의 기원은 아리스토텔레스이며, 이 고대 철학자는 개별 감각 기관으로 들어온 서로 다른 감각 자료를 통합하는 능력으로서의 용어를 ‘공통감’이라 명명하였다. 이 공통감은 오감으로 들어온 서로 다른 인상을 구별하여 종합하고 내면에 표상하는 능력이면서, 감각을 할 때 무엇을 감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식하게 해주는 능력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감각 이후의 활동으로 공통감 외에 판단력, 상상력, 기억력을 추가하였다.

  그런데, 아우구스티누스는 ‘내감’이라는 용어에 대해 공통감을 가리키기 위해서만 쓴 것이 아니었다. 또한 인간의 고유한 이성적 분별력을 가끔 ‘영혼의 감각’이라 부르기도 하였는데 이런 종류의 내감은 근대 철학에서 말하는 ‘의식’에 가까운 것이었다. 따라서 오감의 연합으로서 공통감의 행동 주체는 신체였으며, 이러한 공통감이란 오감의 인상을 구별하고 분류하는, 즉 ‘지각하는 나를 지각하는 메타 지각’으로서 동시에 우리는 이로 인한 개별 감각의 행동 주체라는 의식을 자신이 비로소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식을 가지고 의식의 안을 들여다보는’ 공통감의 구조는 근대 철학에서 말하는 반성(reflection)의 구조와 비슷하며, 실제로 17세기 이후부터 내감은 표상 기능과 메타 지각을 넘어서 본격적으로 반성적 사유로 그 의미가 바뀌어 가고 있었다. 당시 로크는 내감을 의식 내부를 들여다보는 ‘반성’으로 정의하였고, 칸트 역시 내감을 “자아와 내면의 상태에 대한 지각”으로 규정하면서 내감이 ‘자의식’과 동의의어가 되어버렸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러한 내면으로의 전회를 수행한 최초의 중세인이었으며, 그가 이전에는 그의 글에서 ‘내적 인간’, ‘내적 자아’, ‘내적 시각’ 등으로 표현했는데, 그가 공통감에 대해서 내감이라 부르게 된 것도 이 내향적 전회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의 내향적 의식을 둘로 구분했다. 가령 동물이 감각을 할 때 감각 한다는 사실까지 의식하듯이 인간도 생각이나 행동할 때 그렇게 한다는 의식을 갖는 것을 ‘자기의식(se nosse)’이라 하였고, 인간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내적 반성을 할 수도 있는데, 이를 자기 인식(se cogitare)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원래 영혼의 구원을 위한 훈련이었던 ‘자기 인식’은 점차 세속화하여 17세기에 이르러서는 근대 철학의 패러다임으로 굳어졌으며, 대륙의 합리주의든 영국의 경험주의든 근대 철학은 ‘자기 인식’을 위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반성철학’의 형태로 전개되어 갔다. 의식으로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때, 거기서 누구도 엿볼 수 없는 그 내밀한 공간에 대해 사람들은 ‘나만의 방’에 비유하곤 했는데, 데카르트는 이 내밀한 자신의 방에서 타고난 이성의 단편들을 발견하였고, 반면, 로크는 내밀한 자신의 불 꺼진 방이 텅 비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상에서 우리는 내감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내감이 의식이었다는 것과 그 의식으로 지각하는 프레즌스를 지향해오고 있었던 자신을 인식하게 된 것을 알아차알아차렸다. 이 의식이 점점 세속화되어가며 반성철학의 형태로 전개되고, 사유 아래 중간지대 에서 시간과 공간을 혼동하면서 지각하는 자신을 또한 자각하게 된 것인데, 그것은 실존하는 단독자로서의 현존재의 세계에 시간이 있다는 것을 좀 더 선명하게 인지하게 되었다는 자각이다. 그리고 그 지각은 내감의 감지였다는 것이 인식되었다.          

현존재란

  “세계-안에-있음의 존재로서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프레즌스란

  “의식으로 의식을 들여다보며 의도를 지각하는 내감이다”

또한, 프레즌스를 유지한다는 것은

  “현존재로서 의식으로 의식을 들여다보며 의도를 지각하여 깊이를 더해가는 내감의 감지와 펼침이다.”

라고 본 연구자는 프레즌스와 프레즌스를 유지한다는 것에 대해 이같이 정의한다(문소영, 2026, 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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